버튼에서 J♥T♥. 예쁜 패다. 하지만 이 핸드는 예쁜 패 얘기가 아니다. 턴까지 한 번도 앞선 적이 없다가 리버 한 장으로 전부 뒤집힌 얘기다. 이긴 쪽은 나였고, 그래서 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프리플랍
SB블라인드0.5BB
BB블라인드1BB
UTG폴드
HJ폴드
CO폴드
BTN레이즈2.5BB오픈
SB폴드
BB콜2.5BB
팟 5.5BB
앞 세 자리가 폴드. 버튼에서 오픈. 스몰 블라인드는 폴드, 빅 블라인드는 콜. 흔한 시작이다. 빅 블라인드가 버튼 오픈을 콜하는 일은 하루에도 수십 번 일어난다. 아무도 이 판을 기억하지 않을 것처럼 시작했다.
플랍
플랍
BB체크
BTN벳3BB컨티뉴에이션 벳
BB레이즈10BB체크-레이즈
BTN콜10BB
팟 25.5BB
K♥ 7♥ 2♦. 톱 페어는 없다. 대신 하트 두 장이 깔렸고 내 손에도 하트 두 장. 플러시 드로우 (Draw) — 아직 완성되지 않은 패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다음 카드로 완성될 수 있는 패를 말합니다.자세히 보기 →. 상대가 체크했고 나는 작게 벳을 했다. 그런데 상대가 레이즈를 했다. 체크-레이즈.
빅 블라인드가 K-7-2에서 체크-레이즈를 하는 이유는 대개 K를 맞았거나, 그 이상이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아웃츠 (Outs) — 내 패를 완성시키는 남은 카드내 드로우를 완성시켜 주는, 아직 보지 못한 카드를 말합니다.자세히 보기 →이 있었다. 하트 9장. 콜.
턴
플랍
턴
BB벳15BB
BTN콜15BB
팟 55.5BB
4♣. 아무것도 아닌 카드. 상대가 이번엔 먼저 벳을 했다.
이제는 콜하는 데 근거가 필요했다. 리버 한 장에 하트가 올 확률, 그리고 이 콜에 필요한 승률. 머릿속으로 대충 셈을 하고 콜했다. 그날 테이블에서 한 계산은 "아웃 9장, 대충 5분의 1" 정도였다. 정확한 숫자는 아래에서 다시 본다.
리버
플랍
턴
리버
BB벳30BB
BTN올인72.5BB남은 스택 전부
BB콜72.5BB
팟 200.5BB
5♥. 하트. 상대가 또 벳을 했다. 세 스트리트 연속.
이 카드로 내 손은 플러시 (Flush) — 같은 무늬 다섯 장같은 무늬 카드 다섯 장을 모은 패를 말합니다. 숫자 순서는 상관없습니다.자세히 보기 →가 됐고, 보드에는 페어가 없다. 나는 남은 스택을 전부 밀었다. 상대는 오래 생각했다. 정말 오래. 그리고 콜.
쇼다운
히어로 · BTN
플러시
킹 하이 플러시
상대 · BB
투페어
킹과 세븐 투페어
히어로가 팟 200.5BB를 가져갑니다.
족보와 승자는 이 사이트의 핸드 평가기가 카드에서 직접 계산한 결과입니다.
K♣ 7♣. 투페어. 플랍부터 투페어였다.
체크-레이즈도, 턴 벳도, 리버 벳도 전부 "진짜"였다. 그 세 번의 벳 동안 상대는 계속 앞서 있었다. 그리고 5♥ 한 장이 전부를 바꿨다.
흥미로운 지점
이 핸드에서 진 쪽은 잘못한 게 없어 보인다. 플랍에서 투페어, 강하게 플레이, 리버에서도 벳, 그리고 콜. 그런데 결과는 스택 전부를 잃었다. 이긴 쪽은 턴까지 한 번도 앞선 적이 없다. 포커에서 "잘한 것"과 "이긴 것"이 같은 말이 아니라는 건 다들 알지만, 이렇게 한 핸드에 압축돼 있으면 좀 다르게 다가온다.
재미있는 건 감정의 방향이다. 리버에서 플러시가 완성됐을 때 처음 든 감정은 기쁨이 아니라 "아, 이건 좀"이었다. 상대가 카드를 뒤집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상대는, 아마도, 그날 밤 이 핸드를 나보다 훨씬 오래 기억했을 것이다.
숫자로 다시 보기
플랍에서 하트 9장 중 하나가 다음 카드(턴)에 나올 확률은 19.15%, 턴과 리버 두 장 중 한 번이라도 나올 확률은 34.97%다. 턴에서 리버 한 장만 볼 때는 19.57%. 그날 테이블에서 셈한 "대충 5분의 1"은 이 마지막 숫자를 어림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 "하트가 온다"의 확률이지 "이긴다"의 확률이 아니다. 상대가 K♣7♣라는 걸 아는 상태에서 실제 에퀴티 (Equity) — 내 승률지금 이 패가 끝까지 갔을 때 팟에서 기대되는 몫입니다.자세히 보기 →을 계산하면 플랍에서 35.86%, 턴에서 20.45%다. 아웃 확률과 승률이 조금 다른 이유는 계산의 전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웃 확률은 상대 카드를 모르는 채 "원하는 카드가 오는지"만 세고, 승률은 상대의 두 장을 알고 남은 카드 조합을 전부 실제로 맞붙여 본다.
턴에서 상대의 벳을 콜하는 데 필요한 승률, 즉 팟오즈 (Pot Odds) — 콜 값어치내야 하는 돈과 가져갈 수 있는 돈을 비교해서 얻는, 콜에 필요한 최소 승률을 말합니다.자세히 보기 →는 27.03%였다. 위의 턴 승률과 나란히 놓아 보면, 그날 내 콜은 이 숫자 앞에서 부족했다. 이 글은 그 콜이 옳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리버 한 장이 뒤집은 건 결과이지 숫자가 아니었다는 점만 말한다.
무엇을 배울 수 있나
첫째, 드로우는 "아직 아무것도 없는 패"다. 플랍에서 내 손은 J 하이였고, 상대는 투페어였다. 아웃이 9장 있다는 것은 그 9장 중 하나가 와야 비로소 무언가가 된다는 뜻이지, 지금 무언가를 들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둘째, 아웃 확률과 승률은 다른 숫자다. 아웃 확률은 "내가 원하는 카드가 오는가", 승률은 "이기는가"를 잰다. 대부분의 경우 둘은 가깝지만 같지는 않고, 두 계산기가 따로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셋째, 리버가 결과를 뒤집었다고 해서 턴까지의 판단이 바뀌지는 않는다. 상대의 벳은 앞서 있는 패의 벳이었고, 내 콜은 뒤에서 따라가는 콜이었다. 결과는 결과대로, 숫자는 숫자대로 남는다. 위 쇼다운의 족보와 승자는 이 사이트의 핸드 평가기가 카드에서 직접 계산한 결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