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에서 카드를 열어 봤더니 Q가 두 장. 169가지 시작 패 순위표에서 3등짜리 패다. 이런 패를 받으면 머릿속에서 작은 팡파르가 울린다. 앞에서 컷오프가 이미 오픈 레이즈를 넣어 둔 상태였고, 나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이 판은 끝까지 가서 상대 카드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두 장을 본 순간, 나는 잠시 화면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었다.
프리플랍
SB블라인드0.5BB
BB블라인드1BB
UTG폴드
HJ폴드
CO레이즈2.5BB오픈
BTN레이즈8BB3벳
SB폴드
BB폴드
CO콜8BB
팟 17.5BB
UTG와 하이잭이 접었고, 컷오프가 2.5BB로 열었다. 나는 버튼에서 QQ. 여기서 콜만 하고 넘어가는 건 아까웠다. 8BB로 쓰리벳 (3-Bet) — 다시 거는 세 번째 레이즈오픈 레이즈에 다시 레이즈하는 것을 말합니다. 빅 블라인드를 첫 번째, 오픈 레이즈를 두 번째로 세어 세 번째 벳이라는 뜻입니다.자세히 보기 →을 넣었다.
블라인드 두 자리는 조용히 접었고, 컷오프는 잠깐 생각하더니 콜. 이 시점에서 내가 그린 상대의 그림은 평범했다. 중간 페어, 브로드웨이 카드, 수티드 커넥터 정도. 7과 2는 목록 근처에도 없었다.
플랍
플랍
CO체크
BTN벳6BB컨티뉴에이션 벳
CO콜6BB
팟 29.5BB
2-2-7. 무지개 보드. 이보다 심심한 플랍이 있을까 싶었다. 내 QQ는 여기서 오버페어, 그러니까 보드 위의 어떤 카드보다 높은 페어다.
상대가 체크했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 6BB를 벳했다. 이런 보드에서 상대가 무엇을 맞췄겠나 싶었다. 상대는 다시 콜. 나는 '작은 페어겠지' 하고 넘어갔다.
턴
플랍
턴
CO체크
BTN벳18BB
CO콜18BB
팟 65.5BB
K가 떨어졌다. 조금 신경 쓰이는 카드다. 상대가 K를 들고 있었다면 이제 내 QQ를 넘어섰다. 하지만 상대가 또 체크했다.
체크는 나에게 "괜찮아, 계속 밀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18BB. 상대는 이번에도 별 고민 없이 콜했다. 이쯤 되면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야 했는데, 나는 여전히 '뭔가 작은 페어로 버티는 중'이라고 결론 내리고 있었다.
리버
플랍
턴
리버
CO벳40BB리드 벳
BTN콜40BB
팟 145.5BB
리버는 4.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카드. 그런데 상대가 갑자기 앞장서서 40BB를 벳했다. 두 스트리트 내내 체크만 하던 사람이 리버에서 갑자기 큰 벳.
머릿속이 시끄러워졌다. K를 들고 이제야 밸류를 뽑는 건가? 아니면 내가 접길 바라는 건가? 팟은 이미 커져 있었고, 오버페어를 접는 건 그날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콜.
쇼다운
히어로 · BTN
투페어
퀸과 투 투페어
상대 · CO
풀하우스
투 풀하우스, 세븐 포함
상대가 팟 145.5BB를 가져갑니다.
족보와 승자는 이 사이트의 핸드 평가기가 카드에서 직접 계산한 결과입니다.
상대가 뒤집은 카드는 7과 2. 무늬도 다른, 오프수트 (Offsuit) — 다른 무늬받은 두 장의 무늬가 서로 다르다는 뜻입니다. 표기할 때 뒤에 o를 붙여 AKo처럼 씁니다.자세히 보기 → 72였다.
플랍 2-2-7이 떨어진 순간 상대는 이미 풀하우스 (Full House) — 셋과 페어를 함께같은 숫자 세 장과 다른 숫자의 페어를 함께 만든 패를 말합니다.자세히 보기 →였다. 보드의 2 두 장에 자기 2를 더해 2 트리플, 거기에 보드의 7과 자기 7로 7 페어. 나는 QQ에 보드의 2 페어를 더한 투페어 (Two Pair) — 두 쌍숫자가 같은 두 쌍을 함께 만든 패를 말합니다.자세히 보기 →. 플랍부터 리버까지, 나는 단 한 번도 앞선 적이 없었다.
숫자로 돌아보면
프리플랍에서 QQ가 72o를 상대로 가진 에퀴티 (Equity) — 내 승률지금 이 패가 끝까지 갔을 때 팟에서 기대되는 몫입니다.자세히 보기 →은 87.57%였다. 이 숫자만 보면 내가 화낼 이유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플랍 2-2-7이 깔린 순간, 그 숫자는 8.59%로 내려앉았다. 턴에 K가 붙은 뒤에는 4.55%. 내가 "계속 밀어도 되겠다"고 느끼며 벳을 키우던 바로 그 시점에, 실제 숫자는 이미 바닥이었다.
리버의 40BB 콜은 어땠을까. 그 벳을 받기 직전 팟은 65.5BB였다. 이 콜이 손해가 아니려면 최소 27.49%의 승률이 필요했다. 상대의 손에 따라 그 숫자를 넘길 수도, 못 넘길 수도 있다. 다만 상대가 실제로 들고 있던 7-2를 상대로는, 리버까지 깔린 뒤 내 승률은 0.00%였다. 카드가 다 나온 뒤에는 남은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 손 하나로 콜의 좋고 나쁨을 말할 수는 없다. 그건 상대 손 하나가 아니라 상대가 들 수 있는 손 전체를 놓고 따져야 하는 이야기다.
72o 자체가 어떤 패인지는 순위표가 말해 준다. 169가지 중 165등, 무작위 상대를 만나 끝까지 갔을 때 팟에서 기대되는 몫은 34.58%. 이 사이트의 학습용 6-Max 100BB 첫 레이즈 레인지에서 72o를 여는 자리는 한 자리도 없습니다. 3벳을 받은 뒤에 어떤 손으로 콜해야 하는지는 이 사이트가 다루지 않는다. 그러니 "72o로 3벳을 콜하면 안 된다"는 말은 여기서 하지 않겠다. 다만 그 판에서 상대는 콜했고, 플랍은 2-2-7이었다.
흥미로운 지점
이 손에서 가장 이상한 부분은 상대의 리버 벳이 아니다. 플랍과 턴의 체크다. 풀하우스를 들고 두 번이나 체크한 상대는, 나에게 벳을 시키고 콜만 하는 방법으로 팟을 키웠다. 나는 그 체크를 "약하다"로 읽었고, 그 읽기 하나가 세 스트리트 내내 내 벳 사이즈를 키웠다.
두 번째로 이상한 부분은 내 감정이었다. 턴에서 K가 떨어졌을 때 나는 K를 걱정했다. 상대가 2를 들고 있을 가능성은 아예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나를 이긴 건 K가 아니라, 플랍부터 거기 있던 2였다. 사람은 눈에 보이는 위험(K)에 집중하고, 있을 리 없다고 정한 위험(2)은 지워 버린다.
세 번째. 2-2-7은 마른 보드라서 "여기서 맞출 게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마른 보드는 맞추기 어려운 보드이지, 아무도 못 맞추는 보드가 아니다. 누군가 맞췄다면, 그 사람은 아주 세게 맞춘 것이다.
무엇을 배울 수 있나
첫째, 오버페어는 강한 원페어이지 그 이상이 아니다. 보드에 페어가 깔리면 내 손은 투페어가 되지만, 같은 보드에서 상대는 트리플이나 풀하우스가 될 수 있다. 어떤 다섯 장이 어떤 족보인지는 핸드 체커에 카드를 넣어 보면 바로 확인된다.
둘째, 승률은 스트리트마다 다시 계산되는 숫자다. 프리플랍의 숫자를 리버까지 들고 다니면 이 손처럼 된다. 특정 두 손이 특정 보드에서 어떤 숫자를 갖는지는 승률 계산기에서 카드를 그대로 넣고 볼 수 있다. 위에 적힌 숫자도 전부 그 계산기와 같은 방법으로 나온 것이다.
셋째, 상대의 체크를 "약함"으로만 읽지 않는 습관. 체크는 약할 때도 하지만, 너무 강해서 내가 벳해 주길 바랄 때도 한다. 두 경우를 구분하는 확실한 방법은 없다. 다만 "저 사람이 왜 두 번이나 체크했을까"를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리버의 큰 벳 앞에서 조금 덜 당황하게 된다.
3벳이 정확히 무엇이고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3-Bet 레슨에, 72o가 순위표에서 어디쯤 있는지는 72o가 왜 약한 패인지 다룬 글에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풀하우스끼리 붙어서 지는 이야기는 다음 핸드에서 이어진다.
